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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디 있는 거야

그래 너무 멀리 온 거야

그래 또 익숙해 질 거야

알아 또 시들어 갈 거야

그래서 여기 있는 거야

멈춰버리면 끝인 거야

 

/ DODODO, 진실&타블로

 

 

[]

(명사) 목재 따위의 접합이나 고정에 쓰는 물건. , , 나무 따위로 가늘고 끝이 뾰족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동경했다.

누군가를 존경했다.

때문에 그 누군가처럼 되고 싶어졌다.

가이드가, 국가의 일원이 되기로 결심한 뿌리는 이것이었다. 존경하는 이의 뒤를 밟고, 나란히 서서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커다랗고 허황된 꿈. 환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현실로 끌어낼 수 있도록 스스로를 엄하게 다스렸다. 애초에, 꿈은 꿈이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현저하게 적다. 그렇기에 더더욱 도전하고 싶었다. 치기 어린 마음이라고 손가락질 받더라도 나아가고 싶었다. 자신이 내딛어야 할 길은 이 길이라며, 못을 박아댔다.

 

웃어달라는 요청에는 곧바로 응하지 않았다. 세레나에게 그것은 필수적인 항목이 아니었던 탓이다. 놀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얼음장 같다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얹도록 들어야 했다. 본인이 선택하지 않았고, 필수 덕목이 아니라서 의무성을 상실한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염증을 느꼈다. 어째서, 사람은 웃어야 하는 것인가? 웃어서 얻는 이득이 무엇인가? 타인의 만족과 우월감을 충족시키는 것 외에는 없지 않은가? 웃고 싶을 때 웃는 게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이자 시스템이다. 때문에 오늘도 그녀의 얼굴에서는 환한 미소를 찾기 힘들었다.

 

살가운 편이 아니라는 것은 스스로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애초에 세레나 자신에게도 다정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사람들의 잣대는 너무나도 이기적이었다. 여린 마음을 지니고 있었으면 이미 눈물이 고인 삶을 짊어지고 다녔을 거라고 생각하며 입에 담배를 물었다. 연기는 입 안을 맴돌다가 하늘로 퍼져 올라갔다.

 

 

어째서, 이럴 때에는 자신의 못이 후회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최대한 당신 앞에서는 미소를 보여야지, 나도 모르게 다짐하는 모습에 머리가 차가워졌다. 나는 나로 살아갈 것이고, 그것이 서로에게 가장 이상적인 일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 않던가. 누구보다 세레나 첼레스테를 잘 아는 사람은 나, 이외에 그 누구도 없다. 때문에 나의 변화도 뚜렷하게 자각할 수 있었다. 흰 벽에 물감을 적셔버린 것처럼 변질되었다. 벽지를 뜯어내고 새 벽지를 발라낸다 하더라도 물감이 물들였다는 사실은 변치 않았다. 태울까, 그래. 태워버리자. 어차피 당신은 눈치 채지 못할 테니까.

 

타들어가는 것을 보며 갈증을 느꼈다. 아니, 갈증 보다는 숨이 가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몇 번이고 위험한 상황에서 아슬아슬하게 뛰쳐나왔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나는 그럴 때 마다 어떻게 했지? 스스로를 탐문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래, 당신이 안전하게 나오기를 간절하게 빌었다. 당신, 오르피어스 듀랜은 언제나 그랬듯이 뛰쳐나오는 모습을 보이며 능청스럽게 내가 있을만한 곳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어댔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랐다. 나에 의해 타들어가는 당신의 흔적이 살아서 돌아오기를 무심결에 빌어버렸던 것이었다.

 

 

이미 못이 박혀 있었다. 못에는 여러 사진이 걸려 있었고, 그 안에 있는 우리는 이미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세레나 첼레스테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마음에 품는 버릇이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이미 완벽했던 질서에 굳이 빈 공간을 만들어낸 다음, 그 곳에 감정을 구겨 넣으며 터져 나오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못자국은 선명하다. 뽑아낸다 하더라도 상흔은 남아있기 마련이다. 뼛속까지 박힌 감정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당신이 부르는 호칭이 이미 내게 못 박혀 버려서 뽑을 수가 없었다. 그래, 이제야 말하지만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적이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당신이 나를 안아주기를 바랐다. 오직 이 행위가 나에게만 향하길 원했다. 이 마음을 쏘아버리고자 몇 번이고 못을 뽑아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내게 남은 자국은 눈물이 날 정도로 뚜렷했다.

 

물들어버린 것도, 변질된 나도 결국 못이 박힌 결과물이었다. 더 이상 부정하기에도, 감추기에도 너무나 많은 것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는 무너졌고, 다시 일어났다. 살갑지 못한 사람이기에, 아니, 여기까지 물들게 만든 당신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함이었다. 나를 삼키고, 내게 입을 맞춰주십시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원치 않다면 이 마음을 접고 오직 당신의 파트너로만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오르피어스, 그녀는 당신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리고 이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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